둘째가 어린이집에서 식목일을 맞이하여 콩나물 키우기 세트를 가지고 왔어요. 사실 작년 여름에 집에서 콩나물을 키우고 싶어 큰아이와 함께 당근마켓에서 콩나물시루를 사 왔는데 번번이 실패했어요. 아픈 추억 ㅠㅠ 인터넷에 나온 대로 물에 불렸다가 뚜껑 덮고 물 주기 반복하고 했던 것 같은데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늘 하루이틀 뒤엔 콩 썩은 역한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친정엄마한테 넘겨버렸죠ㅠㅠ 이번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일단 콩을 6시간 동안 불리라고 했으니 그러기로 했습니다. 말 잘 들어야지~
1일 차
불린 콩을 콩끼리 서로 겹쳐지지 않게 잘 벌려서 채반 위에 놓아달라고 설명서에 쓰여있어서 그렇게 해봤어요. 예전엔 콩을 무더기로 그냥 뒀었는데 그게 실패의 원인이었던 걸까요....?
콩을 채반 위에 건져놓고 콩나물시루 뚜껑을 덮어두고 잤습니다.
2일 차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싱크대에서 물을 쉬익 뿌려줬어요. 시루에 있는 물은 버려주라 하길래 버려주었습니다. 자세히 보면 콩 모양이 변했어요. 뾰족하게 콩나물처럼 자라려고 준비하나 봅니다. 네.. 여기까진 전에 갖고 있던 콩나물시루로도 성공했었어요ㅠㅠ 이제부터 안 썩고 잘 자라 줄지가 관건이네요.
4시간 주기로 물을 주라고 했으니 엇비슷한 주기로 물을 줘봅니다. 콩나물시루 뚜껑을 열어보니 대부분 콩에서 콩나물 줄기가 제법 자랐어요. 거뭇거뭇하고 줄기가 나오지 않은 콩은 골라내서 버려줬습니다.
세상에!!!!! 밑에서 보니 뿌리가 자라고 있어요. 4시간 만에 이게 무슨 일? 콩나물 키우기가 이렇게 순순히 진행되는 거라고? 작년에 내가 썩혀 버렸던 콩이 도대체 몇천 알인가ㅠㅠ
싱크대에서 수전으로 물을 주다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어차피 촉촉하게 해주기만 할 거니 분무기를 사용해 보자!!
아이들을 불러 모아 처음으로 콩나물시루를 공개했어요. 둘째가 약간 파괴의 아이콘이라ㅠㅠ 우려했던대로 콩 몇개를 부숴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좀 컸다고 더 만지고 싶은거 참아주더라고요ㅠㅠ 대견... 작년에 썩는 것만 열 번 넘게 봐왔던 큰 딸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둘이 신나게 분무기로 칙칙 물을 뿌려줬습니다.
오후 6시쯤 물을 뿌려줬었는데 사진은 찍지 못했어요. 왜냐면 핸드폰만 들어도 자기 어린이집 사진 보여달라고 난리 치는 둘째 때문에..... 네....
여튼 콩나물이 어마어마하게 잘 자라는군요!! 암만 생각해도 이전에 사용하였던 콩나물시루는 겹쳐놓기가 문제였나 봅니다. 불린 지 하루 만에 이렇게나 자라다니요ㅠㅠ 쑥쑥 자라니 키울 맛 난다!! 베란다에 있는 상추는 세월아 네월아 하고 있는데 이러다 상추보다 콩나물 먼저 잡아먹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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