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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채 넣었다가 하수구 막힌 썰 푼다- 웨이스트킹 디스포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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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친구가 집에 놀러왔어요. 남편도 퇴근하고 합류해서 셋이 하이볼을 마셨어요. 진짜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피곤한 남편은 먼저 들어가서 자고, 저와 친구 둘이 남아 더욱 재밌는 이야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너무너무 즐거웠어요. 거의 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친구였기에 간만에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즐겁게 얘기하며 술을 마시다 보니 밖이 환해지길래  시계를 확인했어요. 화들짝 놀라 뒷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친구가 식탁에 있던 것들을 갖다주면 저는 싱크대에 서서 정리를 했어요. 친구가 회접시를 갖다 주었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저는 회에 있던 모든 것들을 넣고 디스포저에 돌렸어요. 천사채, 남은 생선회 등등요. 참고로 저희집은 웨이스트킹을 사용하고 있어요. 사용한지 거의 6~7년 되어가는데 한번도 말썽을 일으켰던 적이 없어서 문제가 생길 줄 몰랐습니다. 

 천사채를 넣고 갈았는데 물이 내려가지 않고 역류하는 모습이 보였어요. 저는 당황했지만 술취한 상태라 그냥 두면 내려가겠지 싶어 그냥 자러 들어갔습니다. 다음 날 아침 일어나 싱크대를 보니 이 상태였어요.

ㅠㅠ 식세기가 6인용이라 물이 싱크대로 빠지거든요. 식세기에서 나온 물까지 아주 한강이되어 막혀있더라고요. 열심히 디스포저를 돌렸지만 도저히 소생이 되지 않았아요. 남편이 한소리 할까봐 두려워 혼자 해결하려고 애썼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다가 설치기사님께 연락을 드렸어요. 바로 답장이 없으셨어요. 혹시나 해서 거름망으로 물을 떠보니 잘게 갈린 천사채가 걸리는게 보이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수작업을 시작했어요. 열심히 작은 거름망으로 걸러냈어요. 점점 뿌연 물이 맑아지더라고요. 친구는 출근해야 해서 서둘러 나가야 했는데 발을 동동 구르는 저를 두고 나갈 수가 없었대요. 옆에서 지켜보다가 정 안되면 사람 부르라고 돈을 주고 갔습니다ㅠㅠ...

뚫어뻥 → 디스포저 작동 → 천사채 올라옴 → 건지기 루틴을 수십 번 반복했어요...

 그녀가 떠난 뒤 뚫어뻥을 가져왔어요. 그리고 열심히 펌프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디스포저를 가동했어요. 그랬더니  갑자기 하수구 안에 있던 뽀얀 물이 위로 올라왔어요. 천사채다! 하고 또 수십번을 건져냈어요. 그리고 물이 맑아질 즈음 또 뚫어뻥으로 펌프질을 하고 디스포저 가동. 뽀얀 물이 올라오면 또 천사채를 건져냈어요.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물이 슝 내려갔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야호

 

 

 잘게 갈린 천사채의 흔적이 보이시나요? 물이 내려가길래 재빨리 거름망으로 막아 천사채들을 걸러주었습니다. 타이밍이 기가 막히게 아침일찍 출근했다가 남편이 돌아왔어요. 저는 해방감을 맛보며 쇼파에 누웠습니다. 하수구가 해결되니 갑자기 숙취가 밀려왔어요. 

 

 디스포저 사용하시는 분들은 절대 천사채 넣지 마세요ㅠㅠㅠ 회도 잘 안갈리더라고요. 그동안 회는 남아서 버렸던 적이 없어 몰랐는데 회도 잘 갈리지 않더라고요ㅠㅠㅠ 우리가 먹는 것만 갈고 안먹는 것은 일반쓰레기로 버려주셔야 별탈 없이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저같은 경험으로 하수구가 막히셨다면 뚫어뻥-디스포저-건지기 순으로 몇 번 작업해 보시면 셀프로도 해결하실 수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당시엔 심장이 벌렁거렸던 저의 하수구 막힌 경험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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