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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가 필요할 때, 아이와 함께 걷는 황톳길– 시흥 맨발 황토 산책길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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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시흥에 맨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황토가 깔린 황톳길이 조성됐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지인이 비오면 아이들 데리고 황톳길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애들 데리고 한번 가봐야지 했는데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 몰라서 다녀오지 못했었고 황톳길은 그렇게 제 기억 속에서 사라졌었습니다. 

첫째아이가 좋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잔뜩 움츠러든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둘이 아침을 먹으며 뭘 하면 기분이 좋아질 까 고민했습니다. 그때 황톳길이 떠올랐어요. 자연의 감촉을 느끼면 마음이 편안해질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위치를 찾아보고 다녀왔습니다.

 

 요 몇 년 사이에 맨발걷기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황톳길을 조성한 곳이 많아진 것 같아요. 편하게 앉아 발을 닦을 수 있는 세족대와 신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신발보관대가 함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준비해야 할 것은 수건 정도면 됩니다. 

 이 길은 양쪽으로 나무가 제법 울창하게 자랐기 때문에 대낮에 가도 그늘이 많더라고요. 모자나 양산같은 것 없이도 자외선을 피해 시원한 산책을 할 수 있어 더 좋았어요. 조성된지 오래 된 동네는 나무가 커서 산책하기 너무 좋더라고요. 여기에 비하면 배곧은 아직 애기나무ㅠㅠ 그늘이 없어 한낮에 산책은 꿈도 못 꿉니다.

 이곳 황톳길은 왕복 5~10분 정도 걸리는 짧은 코스예요. 아이가 맨발로 질척질척한 황토를 밟으며 말하더라고요. "엄마, 엄마 말대로 여기 오니까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어요." 워낙에 갯벌도 좋아하는 아인데 비온 후 방문한 황톳길의 질척함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확실히 젖어있는 황토는 꽤나 미끄럽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물이 많은 곳, 적은 곳, 적당한 곳 등을 발바닥으로 느끼며 걸을 수 있어 재미있었어요.

  30분 정도 산책길을 오가며 아이와 깊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질척한 황톳길 덕분에 더욱 질척해진 우리 사이..ㅋㅋ 황톳길 걸으실 땐 망가져도 되는 옷 입으시고요. 네, 이염이 어마무시합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얼룩을 지우지 못했어요. 망가진 옷 보니 마음이 아프네요ㅜㅜ 그래도 그 옷이 작아질 때 까지 망가진 옷 입고 자주 나와보려고요^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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