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아빠가 아이들이 동물과 교감을 하며 자라면 참 좋을 것 같다고 잊을만하면 얘기했었다. 털 달린 동물은 손이 많이 가니 제외하고 거북이, 물고기정도가 후보에 올랐었다. 거북이는 예전에 내가 키워봤는데 서로 꼬리 자르기를 하며 싸워서 피로 물든 수조를 보았기에 엄두가 안 났다. 물고기는 그 특유의 물비린내가 싫었고, 물을 갈아주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기 때문에 포기했다.
그런데 이년 전 송현아 교보문구 앞에서 크레스티드게코, 일명 속눈썹 도마뱀을 분양하는 것을 보았다. 생각보다 도마뱀이 너무 예쁘고 귀여웠다. 겁쟁이 아이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크레스티드게코는 똥도 별로 안 싸고 밥도 주 2~3회만 먹는데 수명이 10~15년이라고 했다. 그러나 갑자기 입양을 결정하기엔 너무 무책임한 일인 것 같았다. 도마뱀은 반려동물 후보에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의 속눈썹 도마뱀의 깜찍한 모습을 수일간 곱씹으며 도마뱀을 키워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지만 서서히 잊혀 갔다.
그 후엔 지나가던 파충류 샵을 발견하면 교보 앞에서 만난 속눈썹 도마뱀을 떠올리며 "도마뱀 정도는 키울 수 있지, 물고기는 직접적인 교감을 하기 힘들지만 도마뱀은 핸들링도 할 수 있잖아."라는 대화를 남편과 주고 받아왔다. 우리 가족은 2년 동안 서서히 파충류에 대한 마음을 열어왔다. 그러다가 때가 왔다. 단지 안에서 열렸던 야시장에 갔다가 덜컥 모셔오고 말았다.

너무 귀여운 우리집 크레스티드게코 도마뱀이다. 2025년 2월 21일에 태어난 수놈이고 릴리화이트다. 도마뱀의 무늬도 사람의 지문처럼 다 달랐다. 우리가 봤던 도마뱀 중 가장 얌전했던 도마뱀이라 겁쟁이 딸내미가 픽했다. 이름은 그냥 막둥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부디 건강하게 자라줘~

막둥이는 아직 면봉을 잡고 올라갈 만큼 작다. 우리가 분양받을 때 더 작은 도마뱀, 이를태면 태어난 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도마뱀도 있었다. 다 커도 20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반토막 정도 되는 것 같다. 너무 작고 소중해ㅠㅠ

막둥이는 집에 오고 이튿날까진 얌전했다. 사실 얌전한 녀석이라 데려온 이유도 있었는데 삼일정도 지나니 본래의 성격이 드러나고 있다. 오늘은 밥주는 겁쟁이 1의 얼굴에 철썩 달라붙어 겁쟁이 1은 놀래가지고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며 밥 주던 주사기를 겁쟁이 2에게 양보했다. 사실 겁쟁이 1 때문에 분양받은 게 큰데 겁쟁이 1이 막둥이를 무서워하게 되었다ㅋㅋㅋ

저 사육장도 만원주고 사 온 거다. 블루베리 상자 같다. 좀 더 크면 사육장 예쁘게 꾸며줘야지.

너무 귀엽다. 겨울왕국2에 나오는 도마뱀이 가장 귀여운 도마뱀이었던 내 마음에 찾아온 우리 막둥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도서관에 도마뱀 책 예약해 뒀는데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