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4월에 학교에서 방울토마토 심은 화분을 하나 가져왔어요. 일회용 커피컵같은 용기에 담긴 방울토마토였는데 집에서 제법 무럭무럭 자라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텃밭에 옮겨 심으러 다녀왔어요. 그것도 아이가 원해서요. 그런데 가는 내내 눈물바람을 날리더니 집에 와서 씻지도 않고 쇼파에 쓰러져 울더라고요.
토마토가 집에서 사는 것 보다 밭에서 살면 더 건강하게 자란다, 텃밭에서 나비도 만나고 꿀벌도 만나고 하면 얼마나 좋겠냐, 거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하고 바로 쬐는 햇볕은 차원이 다르다, 식물은 따뜻한데서 자라야 좋다, 텃밭에 심으면 비올 때 비도 맞고 다른 방울토마토 친구도 있지 않냐며 텃밭이 좋은 온갖 이유를 설명해줬어요. 그리고 좀 달래줬는데도 계속 슬퍼하더라고요;
스트레스 컴퍼니 내편카드
그런데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저에게 카드 하나를 슥- 내밀었어요. 뭐지? 하고 봤더니 스트레스 컴퍼니에서 나온 감정 카드 중 한 종류인 '내편카드'였어요. 아이가 저에게 내민 카드는 아래 사진에 있는 파란색 울고 있는 카드입니다. 당황해서 뒷면을 살펴보니 '나는 지금 슬퍼요. 내가 기대어 울 수 있게 어깨를 빌려주세요.'라고 써있는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어떻게 했게요. 위로에 서툰 저는 로보트 같은 말투로 어깨를 빌려줄테니 이리오라고 하고 안아줬습니다. 그랬더니 아이가 제 어깨에 얼굴을 묻고 꺼이꺼이 울더라고요.
'내편카드'는 감정카드나 욕구카드와는 조금 달랐어요. 내가 상대에게 위로받고 싶거나, 격려받고 싶거나 했을 때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행동이 적혀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만져주는 것에 서툰 엄마인 저도 아이가 원하는대로 보듬어 줄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총 9장으로 카드 장수가 적다는 것입니다. 부담 없이 가볍게 골라 상대에게 요구할 수 있어요. 저희 아이가 감정표현을 힘들어 하는 아이라서 친한 언니가 선물해줬어요. 처음엔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눈에 띄는 곳에 올려두니 종종 들고와서 내밀더라고요. 마치 맡겨둔 리액션을 찾으러 온 사람 처럼ㅋㅋㅋㅋㅋㅋㅋ
언니가 선물해줬던 스트레스컴퍼니의 감정카드 포스터 브로마이드도 있는데 조만간 후기 올려보겠습니다.
그나저나 저희 아이는 굉장히 슬펐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