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여름방학을 했어요. 초등학교 들어가서 맞이하는 첫 여름방학입니다. 학교에서 가져온 방학숙제 목록을 아이와 살펴보았어요. 근데 봉숭아꽃과 잎을 따서 손톱에 물들이기가 있는게 아니겠어요? 평소 외모에 관심이 많았던 딸이라 그런지 너무 하고싶어하더라고요. 방학식날 어쩌다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가게 되었는데 때마침 친정집 앞에 봉선화가 잔뜩 피어있는걸 발견했답니다. 그래서 바로 따와서 저녁에 물들이기를 해보았어요.
집에 백반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했더니 친정엄마가 소금 넣어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 찾아보니 소금으로도 해본 후기가 많길래 저희도 해보았습니다. 사실 백반을 구해다가 해보고 싶었는데 아이가 당장 해보고 싶어해서 소금으로 해보았어요.
준비물
봉선화 잎, 꽃, 굵은 소금, 다질 도구
비닐봉지, 실, 가위
저희 집에는 봉선화 잎과 꽃잎을 다질 절구통과 절구가 없었어요. 그러나 디폼 망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퍼팩에 봉선화와 굵은 소금 한 숟가락을 넣고 잘 밀봉한 다음 디폼망치로 열심히 두드려주었어요. 층간소음이 걱정되서 밑에 책을 한권 깐 후 두드려주니 소음이 적었답니다.
제가 먼저 시범을 보여준 뒤 아이들에게 맡겼어요. 열심히 콩콩거리며 빻았는데 디폼망치가 작아서 그런지 완벽하게 다져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제가 마늘 빻듯 칼자루 뒤로 콩콩 빻아서 마무리했어요.
다 빻은 후 비닐봉지와 실, 가위를 꺼냈어요. 사실 고무줄로도 해봤는데 고무줄은 피가 안통해서 애가 너무 불편해 하더라고요. 어릴 때 엄마가 괜히 실로 묶어준게 아니었나봐요. 실로 묶어주면 묶는 강도를 조절할 수 있어서 좋은데 생각보다 느슨하게 묶어도 잘때 빠지지 않더라고요.
1. 손톱 위에 다진 봉선화를 올린다.
2. 비닐로 잘 감싼다.
3. 실로 묶어준다.
금방 걸릴 줄 알았는데 제가 똥손이라 그런지 한참 걸렸어요. 아이가 발톱도 해달라고 했는데 이미 구부정한 자세로 실을 10개나 묶어 지칠대로 지친 저는 "소금 넣고 엄마도 처음 해봐서 색이 예쁘게 나올지 잘 모르겠어. 그러니 잘 나오면 다음번에 또 할머니네서 봉선화 따와서 발톱도 하자!"하며 잘 달래고 끝냈습니다.
내일 예쁜 손톱 만날 생각에 설레하며 잠든 우리 귀염둥이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닐을 벗겨 손톱 확인을 하며 기뻐했어요. 색이 제법 잘나왔더라고요. 아이가 너무 기대해서 너무 흐릿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었어요. 저녁 9시부터 다음날 7시정도까지는 비닐을 풀지 않았었으니 참고하세요.
다음번에 또 봉선화를 따서 발톱도 하자며 훈훈하게 방학숙제 하나 클리어했습니다. 아이가 교장선생님께서 봉선화 물들인 손톱이 크리스마스까지도 남아있을거라고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아이의 바램대로 그때까지 손톱에 봉선화 물이 예쁘게 남아있으면 좋겠네요.
참고로 봉선화, 봉숭아 다 맞는 표현이라고 해요. 여름방학 아이들 손톱에 봉숭아 물 예쁘게 들여주며 추억을 만들어 보시는거 어떠세요? 요즘엔 간단히 봉숭아 물을 들일 수 있는 키트도 문구점에서 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