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엘사와 안나는 낫또를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항상 냉동실에 낫또가 떨어지지 않게 준비한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낫또는 콩을 발효시킨 발효음식이라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간장, 밥, 참기름만 넣고 비벼주면 훌륭한 간편식이 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달라고 했을 때 거절할 이유가 없는 것 같아요. 저희집 아이들은 딱히 먹고싶은게 없을 때 “엄마, 낫또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최근에 그릭요거트메이커를 들이면서 집에 놀고있던 인스턴트팟으로 요거트를 자주 해먹고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인팟으로 낫또도 가능하겠는데 싶어서 시도해보게 됐어요. 요거트 만들 때 우유에 요거트 스타터나 시판 요거트를 넣는 것 처럼 낫또를 만들때도 낫또 균을 넣거나 시판 낫또를 스타터로 사용하더라고요.
첫번째 시도는 병아리콩 낫또였는데 너무 저온으로 했더니 맛은 낫또보다 덜 쿰쿰하고 실도 별로 없지만 낫또 엇비슷하게 됐어요. 근데 아이들이 처음엔 맛있다고 먹다가 갈수록 콩이 크니 먹기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아이가 게란 노른자를 먹는 기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좀 보완해봤어요.
인팟으로 낫또 만들기
준비물: 메주콩 500그램, 시판 낫또 1팩, 인스턴트팟
1. 인팟 ‘콩요리’모드로 콩을 삶는다.
2. 삶은 콩을 한김 식힌다.
3. 시판낫또와 삶은 콩을 섞는다.
4. 요거트 모드 중 노멀모드로 20시간(했지만 조금 시큼한 맛이 올라와 15시간 정도만 해도 될듯) 기다린다.
5. 한번 먹을 만큼 소분해 냉동한다.
콩이라 유전자 변형 걱정에서 자유로운 콩을 먹이고 싶어 한살림에서 메주콩을 사봤어요. 다음에 또 만들기 번거로울 것 같아서 냅다 한봉지 다 넣고 삶았어요. 저는 콩과 옥수수는 되도록 Non GMO를 선택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조심하게 되더라고요.
인팟 콩요리 모드 고압으로 15분 조리했어요. 부드럽게 잘 익었습니다. 인팟은 저희 둘째 이유식 할 때 유명했던 가전제품인데 이유식 끝나고 밥솥으로 쓰다가 밥솥도 압력밥솥을 사용하게 되며 몇 년간 애물단지처럼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어요. 요즘 요거트, 쌀요거트, 낫또 등 발효음식 만들기로 열일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시판 낫또를 넣고 메주콩이 망가지지 않게 살살 섞어줬어요. 메주콩과 비교하면 낫또콩은 참 작고 귀엽네요. 다음번엔 쥐눈이콩으로 낫또를 만들어보려고요. 쥐눈이콩으로 하면 시판 낫또콩 사이즈 나올듯!
8시간 발효되었을 때 궁금해서 열어봤어요. 8시간만 해도 충분해요. 낫또가 쿰쿰해서 싫어하시는 분들은 딱 8시간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휘휘 저으면 실도 제법 나오고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납니다. 냄새도 쿰쿰하기 보다는 구수해요.
인팟 요거트모드로 20시간 발효되었을 때의 모습입니다.이번에 해보니 20시간까진 너무 긴 것같고 10~15시간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어요. 24시간 넘어가면 청국장이 될 기세였어요ㅋㅋㅋ쿰쿰한 냄새가 제법 진해졌어요. 시큼한 맛도 살짝 올라왔고요. 살짝 과발효가 된 것 같았어요. 그래서 20시간에서 발효를 멈췄습니다.
저희는 저렇게 글라스락 이유식 용기에 소분해서 냉동보관해요. 하나 해동하면 아이 둘이 밥 비벼먹기 충분한 양입니다. 메주콩 500그램과 시판낫또 한팩으로 아이 두명이 총 11번 먹을 수 있는 양이 나왔어요. 조금 귀찮아서 그렇지 가성비가 너무 좋네요. 믿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서 더 좋고요.
오늘 아침에 완성해서 완성한 낫또에 밥과 간장, 참기름을 넣어 비벼줬더니 아이들이 엄지 손가락을 올리며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엄마! 산 것 같아요." 하면서요 ㅋㅋㅋ 병아리콩이 커서 꽤 퍽퍽해 아이들 입맛에 엄청 별로였나봅니다.
왼쪽이 병아리콩으로 만들었던 낫또, 오른쪽이 이번에 메주콩으로 만든 낫또입니다. 남은 병아리콩 낫또는 제가 먹어야 겠어요. 근데 병아리콩으로 만든 낫또 친정엄마 드렸더니 너무 맛있었다고 엄마는 제가 알려드린 방법으로 병아리콩으로 또 낫또를 만들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병아리콩 낫또는 밥에 비벼먹으면 뭉개지고 퍽퍽하니 샐러드에 넣어 먹으면 정말 맛있을 것 같아요.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시행착오를 몇번 겪으면 다음번에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아요. 시간이 부리는 마법인 발효음식 만드는 일이 너무 즐겁네요. 다음번엔 쥐눈이콩으로 10시간 발효해보고 기록해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