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쓰고 있는 이어폰은 갤럭시 버즈2다. 별로 쓰지도 않았다가 어쩌다 한 번 외출할 때 들고 나갔다가 실수로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바람에 양쪽 소리크기가 다르게 들린다. 속상한 마음에 삼성 서비스센터에 찾아갔더니 이어폰은 소모품이기 때문에 따로 수리를 해주진 않으니 새로 사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 한 쪽을 구입하게 되면 7만원이었나, 8만원이었나? 생각보다 가격이 비싸서 그냥 멀쩡한 오른쪽만 사용하기로 마음먹었었다.
그 짝짝이 이어폰은 헬스장에 갈 때만 한 쪽씩 끼고 팟캐스트를 듣는 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서랍에서 잠들어있던 옛날 아이폰 이어폰을 찾았다. 8핀짜리 줄 이어폰 말이다. 때마침 엘사가 아빠의 아이폰 미니2를 물려받아 쓰고 있었기 때문에 8핀 충전기를 사용하는 엘사가 쓰기에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엘사가 저학년이다 보니 이어폰 줄이 쉽게 망가질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섬주섬 이어폰 옷을 만들어 입혀주었다.
집에 마크라메 도구가 생겨서 해보려고 샀던 면실이다. 칼국수 같은 굵은 실을 뜨던 굵은 코바늘로 뜨기엔 얇은 실이었지만 코바늘이 이것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있는걸로 이어폰줄의 옷을 입혀주기로 했다. 옷을 입혀주면 줄이 덜 꼬여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은 나의 짧은 생각.
사슬뜨기밖에 모르지만 선을 앞뒤로 위치를 옮기며 감아주어 사슬뜨기로 이어폰 줄에 한겹 덮어 주었다. 그랬더니 튼튼해보이긴 하지만 다소 부피가 커졌다. 한 10분정도도 걸리지 않아 완성한 이어폰줄 뜨개질이지만 엘사가 하교하고 집에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가 아이폰을 들고 있기 때문에 하교 해야 꽂아볼 수 있었다.
꽂아보니 괜찮은 것 같다. 이어폰이 몇 년 동안 휴지심 안에 뭉쳐진 상태로 보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심하게 구불거렸다. 사용하다보면 점점 펴지겠지? 색이 알록달록하지 않아서 그런지 엘사의 반응은 시큰둥 했다. 오로지 자기에게도 이어폰이 생겼다는 기능적인 부분만 기뻐했다는 후기.
엘사의 줄이어폰을 보니 이제 그만 버즈2를 보내줄 때가 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이어폰은 헬스장에서만 쓰고 나는 런닝머신만 하다 오니 줄이어폰을 하나 마련해야겠다. 다이소에서 파는 줄이어폰이 제법 오래된 업체가 만드는 이어폰이라 튼튼하고 음질도 괜찮다고 하니 다이소 가면 그거 하나 사와서 운동할 때 써야겠다. 내가 노래를 즐겨듣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러고 보니 나는 이야기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