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구하는 과일가게에서 요즘 오디 판매한다는 글을 자주 올리더라고요. 오디나 산딸기처럼 생긴 베리류들이 지금이 제철이긴 한가봐요. 여하튼 오디 한 번 먹어보고 싶어서 집에 있는 과일 다 먹으면 주문해야지,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귀인이 나타나 오디 한 상자를 내려주고 가셨어요.
귀인께서는 말씀하셨죠. "오늘 딴건데 금방 무르니까 먹고 나머지는 바로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세요. 그리고 옷 조심해요~ 안 지워져요." 오디 상자를 소중히 품에 안고 있던 저는 옷에 묻으면 안 지워진다는 얘기에 화들짝 놀라며 배를 뒤로 뺐습니다. 여리디 여린 오디님께서 다치실까봐 흔들림 없어 모셔서 무사히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오디는 뽕나무 열매더라고요. 예전에 뽕잎 붕어빵이라고 한참 연두색 반죽의 붕어빵을 팔았던 동네 붕어빵집이 생각났습니다. 오디는 안토시아닌과 비타민 C가 풍부해서 항산화 효과가 있고 면역력에 좋다고 해요. 게다가 당뇨에도, 간에도 좋은 열매더라고요.
조언대로 일단 얼리려면 씻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물을 받은 후 오디를 씻기 위해 넣었습니다. 오디를 담그기만 했는데도 물 색이 보랏빛으로 변했어요. 색이 너무 예쁘네요.
얼마전에 책을 읽다 보면 '손 끝과 입술이 거뭇해 지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오디를 따먹었다.'같은 표현을 봤거든요. 얼마나 맛있으면 정신없이 따먹는건지 궁금했어요. 오디가 들어갔다는 음식같은 것만 먹어봤고, 생과는 처음 이었거든요. 과연 저희 아이들도 손 끝과 입술이 거뭇해 지는 것도 모르고 정신없이 오디를 먹더라고요. 저도 그랬고요. 막 달고, 막 새콤하고 그런 맛은 아닌 달금한맛인 것 같아요. 오디의 단맛은 과하지 않아 기분 좋은 단맛이네요.
꼬마가 영락없이 옷에 오디를 묻혔어요. 무척 예쁜 보라색이었지만 넌 옷에 묻었으니 얼룩이다 그냥.... 마이비 얼룩제거제 뿌리고 비벼보지만 그대로였어요. 그래서 체념하고 마이비 얼룩제거제를 잔뜩 뿌린 후 따뜻한 물에 담궈놓고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 보니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 오디 얼룩. 역시 마이비 얼룩제거제 최고다! 사실 오디 얼룩은 워낙 악명이 높다고 해서 별 기대 없었는데 오디 얼룩까지 지워버리네요. 오디도 맛있었고 얼룩도 싹 지워졌고 만족스러웠던 오디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그나저나 마이비 얼룩제거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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