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안나덕분에 7시 전에 기상한 엘사는 스스로 국어, 수학 문제집을 풀고 피아노 연습까지 마무리 한 후 늦지 않게 등교를 했다. 올!
금요일은 학교에서 신체활동이 있는 날이다. 그래서 학교에 가기 전에, 어제 잠들기 전에 "전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보자. 오늘은 신체활동 시간에 앉아있지 말고 좀 서있어보는건 어때?"라고 말했더니 알았다고 끄덕였다. "최대한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볼게요." 하고 씩씩하게 말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등교한 엘사. 하교 후 물어봤더니 그래도 좀 서서 친구들 하는걸 보기도 했고, 앉아서 하는걸 보기도 했다고 한다.
미술학원 보강이 있는 날이라 미술학원에 데려다 주었다. 혼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얘기할 시간이 필요해 같이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피자빵을 사달라고 해서 피자빵을 샀다. 빵가게에서 나오며 내가 먼저 인사했다. 그리고 엘사에게도 인사하라고 하니 꽤 들림직한 목소리로 "안녕히계세여"하고 점점작게 용기내어 얘기했다. 앞으로는 엄마가 인사하라고 얘기하지 않아도 엄마가 인사를 하면 엘사도 옆에서 같이 해보라는 주문을 했다. 그랬더니 알겠다고 했다. 그 후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마주치면 내가 먼저 인사하고 엘사를 쳐다보니 작은 목소리지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신경써서 안나에게 엘사를 세워주는 말을 많이 했다. "바나나우유는 엘사가 언니니까 엘사부터 해줄게.", "곰젤리가 한 봉지 뿐이야. 엘사가 언니니까 엘사가 나눠주면 되겠네. 대신 안나가 달라는 맛으로 주면 좋겠어." 같은 말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오늘은 제법 놀랍게도 엘사가 안나를 챙겼다. 텃밭에 갔다가 돌아와 지하주차장에 차를 댔다. 낮에 카트를 썼던게 있어서 카트를 내렸더니 역시나 카트 위에 앉아서 가고 싶다고 난리였다. 그런데 엘사가 안나를 끌어주겠다고 카트를 끄는 순간 카트가 가벼워 앞으로 쾅 넘어지고 말았고, 안나는 다쳤던 팔을 또 다쳐서 피를 흘리면서 주차장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었다. 내가 차에서 애들 장화를 내리고 있을 때 벌어진 일이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평소라면 "안나가 알아서 넘어진거예요"라든가 "저는 아무것도 안했어요"라는 회피성 멘트를 난리통에 뱉으며 나의 분노를 자극했었다. 그러면 나는 "넌 지금 언니가 되서 동생이 다쳤는데 너는 아무 책임 없다는 얘기가 먼저 나오냐"며 엘사를 다그치는 것이 의례적인 레퍼토리였다. 그치만 오늘 엘사가 가장 먼저 한 말은 놀랍게도 "안나야, 괜찮아?" 였다. 집에와서 안나가 잠든 후 엘사에게 얘기했다. "엘사, 아까 네가 그렇게 말해서 엄마는 너무 깜짝 놀라고 감동했어. 너 정말 멋진 언니더라."하고 칭찬해줬더니 엘사는 특유의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동생 앞에서 언니의 권위를 세워주니 이렇게 바로 효과가 있다니!
엘사가 미술학원에 갔을 때 나는 태권도 학원으로 달려갔다. 다행히 부관장님이 사무실에 계셔서 부관장님과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엘사가 학교 수업 중 짝활동, 그룹활동, 신체활동, 체육활동 등 그 어떤 활동도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2학년인데 급식을 먹기까지 2개월이 걸렸다는 이야기 말이다. 부관장님은 줄넘기는 정말 별의 별 아이들이 다 오는 곳이라 수업하고 계시는 선생님이 아마 수업 참여를 잘 유도해 주실 거라고 말씀하셨다. 태권도에 비해 줄넘기는 아이들이 보기엔 난이도가 더 낮아보이고, 소리를 지르거나 하는 활동이 없어 우리 엘사 같은 성향의 아이들도 즐겁게 배울 수 있는 종목이라고 하셨다. 미술학원 수업이 끝난 후 엘사를 데리고 줄넘기 수업 참관을 갔다. 가는 길에 엘사는 "엄마, 학교에 장기자랑 영상 찍어서 내야하는거 있잖아요. 제가 줄넘기를 배워서 23일에 음악줄넘기 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내보는건 어떨까요?"라고 얘기했다. 오? 엘사는 줄넘기가 진심으로 하고 싶나보다.
조금은 문앞에서 쭈뼛거리길래 또 들어가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집에 오나 걱정했다. 다행히 엘사는 입구에서 망설이다가 문 여는거 도와달라고 요청하더니 줄넘기 교습실에 들어가 나와 함께 구석진 곳에 앉았다. 선생님이 처음 수업 시작할 때 이름을 물어보셨는데 대답을 못했지만, 수업 중후반이 지나고 이름을 물어보자 작게라도 이름을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이 하는 것을 보고 중간중간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다. 잘 못하는 아이들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줄넘기를 30분 정도 하고 나머지 시간엔 레크레이션으로 아이들에게 피구를 하게 해주셨는데 우리 쪽으로 공이 튀어 맞아보았더니 아프지 않아 다행이었다. 엘사에게 혹시 걱정되는 부분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줄에 맞으면 아플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선생님께 아이가 걱정하는 부분을 말씀드렸더니 크게 아프지 않다고 해주셔서 아이도 꽤 안심한 표정이었다. 다음 주 월요일엔 엘사 혼자 수업을 참관하러 들어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다음번엔 조금씩 해보는 방향으로 적응해 보기로 했다.
솔직히 줄넘기 수업이 내 눈엔 그렇게 재밌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엘사가 하고 싶다고 할 줄 몰랐다. 왜 줄넘기 수업이 듣고싶냐고 물어보니 "줄넘기는 제가 혼자서 연습할 수 있잖아요. 줄만 있으면 나가서 뛰면 되니까요."라고 했다. 그래서 어차피 혼자 넘는건데 굳이 왜 학원에서 배워보고 싶냐고 물어보니 "줄을 옆으로 치면서 뛰고 하는거 배워서 제가 혼자 연습해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현란하게 줄을 엑스자로 치며 뛰어넘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오늘의 성장
1. 자기주도적인 아침 시작
· 7시 이전 기상
· 국어, 수학 문제집 자율 학습, 피아노 연습까지 스스로 마친 뒤 시간 맞춰 등교
2. 신체활동에 대한 심리적 도전
· “앉아있지 말고 서 있기”라는 엄마의 제안에 “최대한 해볼게요”라고 의지 표현
· 실제 수업 중 일부 시간 서서 친구들 활동 관찰
·3. 사회성 발달 – 인사 훈련
· 빵집에서 작지만 또렷하게 인사
· 이후 엘리베이터에서도 이웃에게 스스로 인사 시도
· “앞으로는 엄마가 인사하면 같이 하자”는 약속에 긍정적으로 반응
4. 동생에 대한 공감과 책임감
· 카트 사고 직후 “안나야, 괜찮아?”라는 공감의 말
· 책임 회피 대신 진심 어린 걱정을 표현
· 엄마의 칭찬에 머쓱하지만 분명히 기뻐하는 표정
5. 줄넘기 수업에 대한 진지한 관심
· 장기자랑에 ‘음악줄넘기’ 영상 아이디어 직접 제안
· 참관 수업에서 수줍지만 자기 이름 말하기 성공
· 줄넘기를 배우고 싶은 이유를 스스로 설명: “줄만 있으면 혼자 연습할 수 있어서요.
엘사 관찰일지 2025년 7월 10일
엘사 관찰일지 2025년 7월 10일
오늘 하교 후 공부를 마무리하고 줄넘기를 하러 밖에 나갔다. 아직 자연스럽게 줄넘기를 하지 못한다. 하나씩 끊어서 한다.그래도 엘사는 줄넘기를 하러 나가는 것을 퍽이나 즐거워 했다.날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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