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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목소리를 삼킨 아이-나의 아이를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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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 아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불안도가 굉장히 높은 아이라 새학년이 시작되면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리는 편이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학기초엔 교실에 혼자 들어가지도 못하고 복도에 서있었고, 들어가도 자리에 앉지 못하고 한동안 서있었다. 물론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는 급식조차도 먹지 않고 하교했다. 아이 생각만 하면 가슴 위에 아주아주 무거운 돌덩어리를 툭 얹어놓은 기분이었다. 그러던 도중 '목소리를 삼킨 아이'라는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소년이 등장하는 소설을 접하게 됐다.

 
목소리를 삼킨 아이
사촌 누나도, 나를 ‘벙어리’라고 부를 때마다 즐겁게 웃었기에 나는 그게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반드시 행복할 때만 웃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어떻든 간에, 나는 벙어리였다. (p.10) 『목소리를 삼킨 아이』는 심리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파리누쉬 사니이의 두 번째 소설로, ‘보카치오 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란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나의 몫』에 이어 출간과 동시 이란에서 큰 호평을 얻으며 미국, 프랑스, 노르웨이, 루마니아
저자
파리누쉬 사니이
출판
북레시피
출판일
2020.08.14

 이 소설에서는 '사허브'라는 선택적 함구증에 걸린 남자아이가 등장한다. 말을 하지 않는 아이는 온가족, 특히 엄마의 큰 근심었다. 어느날 샤허브가 용기네서 엄마 앞에서 말을 했는데 엄마가 너무 좋은 나머지 사방팔방 샤허브가 말을 한다며 소문을 내고 말았다. 샤허브는 엄마의 행동에 배신감과 부담을 느끼며 다시 말문을 닫았지만 외할머니 덕분에 끝내 입을 열 수 있게 된다.

다들 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고,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나의 유일한 희망이자 보호막이었던 엄마가 나를 배신해 버리고 말았다.
우리 둘만의 비밀로 남겨둬야 했던 사실을 엄마가 모두에게 말해버리고 만 것이다.
나는 엄마의 손을 뿌리친 다음 집을 향해 내달렸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긴장이 일상이라 또래 아이들이 편하게 해내는 일 조차도 힘들어하는 나의 첫째 아이. 내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아이에게 다른 아들처럼 활동하기를 요구했을 때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클수록 더욱 사람이 많은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 졌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나는 아이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사실 내 체면을 위해 아이를 몰아세웠던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사랑을 그렇게 이상하게 보여주는 사람이 어딨니.
너는 샤허브 걱정만 하지, 샤허브가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진 못하잖니.
네가 보여준건 걱정이지, 사랑하는게 아니란다.(중략)
사랑에 관한 배움은 네 마음속에 새겨져 있는거지, 책에서 찾아야 하는게 아니야."

 샤허브를 문제있는 아이 취급을 하는 엄마에게 외할머니가 따끔한 조언을 한다. 샤허브의 외할머니가 나를 꾸짖는 말인 것 같이 마음에 콕콕 박혔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학교에서 평범하게 지낼 수 있을까 이것저것 찾아보던 나의 모습.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옆에서 침착하게 잘 하고 있다고 격려만 해주는 것이 최고였을텐데 싶다.

"걱정이 너무 많아서 사랑에 대해서는 거의 잊고 지낸 것 같아요."

 샤허브 엄마 마음= 내 마음ㅠㅠ 아이가 새학년에 적응하기 까지 얼마나 피마르는지,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멀쩡한 아이를 프레임 씌워 바라보니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 문제가 있어 보였다. 돌이켜보면 기질이 그럴 뿐, 아이는 정상이다. 

"그래, 그래서 그런거야. 네가 할 줄 아는 건 걱정하고, 불평하고, 아이들을 탓하는 것 뿐이잖니. 그런 잘못에 대해 너무 많이 얘기하다보니 샤허브도 자기한테 문제가 있다고 믿게 된 거란다."

 맞아요, 샤허브 할머니. 제가 그랬어요. 잘못된 나의 행동을 수정해나가기 시작했다. 아이를 온전히 믿어주고 기다려주기. 아이만의 속도가 있다. 아이가 듣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이 걱정 하지 않기. 윤우상 선생님의 저서인 '엄마의 심리수업'에서 계속 강조하는 부분도 이거다. 엄마가 아이를 문제있다고 생각하면 그 아이는 그 문제의 냄새를 주변에 풍기며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엄마가 아이를 아이 그 자체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던 책 내용이 떠오른다. 

샤허브는 너를 두려워하고 있어.
그리고 샤허브가 다시 입을 닫게 되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면 네가 잘 행동해야해.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는 안 돼.
샤허브가 말을 했을 때 네가 처음으로 보인 반응은 나라도 겁을 먹을만한 행동이었어.
다정함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네 식구들 앞에서 말해보라고 하면 나라도 긴장해서 말문이 막혀버릴거야."

 

 샤허브의 할머니는 거의 오은영 박사님 급의 마스터다. 마지막에 샤허브가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을 때 정말 감동적이었다. 요즘 육아 정보가 각종 매체에 넘쳐난다. 그치만 육아의 본질은 아이 그 자체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 육아 뿐만 아니라 이건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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