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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포리스터 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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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마법같은 책이었다. 추천해주신 분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읽으셨다고 하셔서 기대를 잔뜩 하고 빌려왔는데 나는 이 책을 펼치기만 하면 잠이 쏟아졌다. 진짜 몇 번을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거의 10일동안 책만 펼치면 졸음이 몰려와서 낮잠을 자게 됐다. 이렇게 졸린 책이 처음이라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나와 궁합이 별로 맞지 않나 고민 될 정도였다.  대출 반납일이 다가오려고 하니 마음이 급해져 눈을 부릅뜨고 읽었는데 고비를 넘기고 나니 너무 좋은 책이었다. 나 역시 책의 결말 부분으로 달려갈 수록 펑펑 울며 읽게 되었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미국 태생의 소설가 포리스트 카터의 어린 시절을 담아낸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백인 문명에 억눌리면서도 영혼의 풍요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았던 아메리칸인디언 체로키족의 철학과 지혜를, 그들의 혈통 중 일부를 이어받은 소년 '작은 나무'의 순수한 마음으로 담아낸 자전적 성장소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영문판과 한글판을 묶었다. '작은 나무'가 체로키족인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겪는
저자
포리스터 카터
출판
아름드리미디어
출판일
2019.03.20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인 인디언 종족 중 하나인 체로키 족의 이야기이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체로키들의 삶의 지혜가 한 권의 두툼한 책 안에 담겨있는데 훌륭한 문장들이 너무 많다. 체로키인 작은나무라는 아이가 이 책의 화자인데 부모님을 잃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숲에서 살아가며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게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작은나무는 남자아이라 할아버지와 함께 다니며 산(山)사람으로 살아가는 법을 전수받는 내용인데 작은나무에게 미주알고주알 알려주는 삶의 지혜가 눈물나게 아름답다. 

 

 그게 이치란 거야. 누구나 자기가 필요한 만큼 가져가야 한다. 사슴을 잡을 때도 제일 좋은 놈을 잡으려고 하면 안 돼. 작고 느린 놈을 골라야 남은 사슴들이 더 강해지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두고두고 사슴고기를 먹을 수 있는거야…. 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뺏기고 너구리한테도 뺏기고 우리 체로키들에게도 빽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 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 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고도 남의 것을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고, 그러고 나면 또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되지. 조금이라도 자기 몫을 더 늘리려고 말이다.

 

 

모든 것이 없어져도 영혼의 마음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그래서 평생  욕심 부리면서 살아온 사람은 죽고 나면 밤톨만한 영혼 밖에 남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다 다시 태어나게 되는데 그런 사람이 다시 세상에 태어날 때는 밤톨만한 영혼을 갖고 태어나게 되어 세상의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몸을 꾸려가는 마음이 그보다 더 커지면 영혼의 마음은 완전히 잃게 된다. 그런 사람들은 살아 있어도 죽은 사람이 된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 수록 더 강해진다. 마음의 근육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가지, 상대를 이해하는데 마음을 쓰는 것 뿐이다….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비로소 이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모든 사람을 잘 이해하기로 했다. 밥풀만한 영혼을 갖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영혼의 마음이 자꾸자꾸 커지고 튼튼해지면 결국에는 지나온 모든 전생의 삶들이 보이고 더 이상 육신의 죽음을 겪지 않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고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 모든 것이 새롭게 탄생하는 봄이 되면 흔들림과 소란이 일어난다. 영혼이 다시 한 번 물질적인 형태를 갖추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봄에 부르는 매서운 바람은 아기가 피와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것 처럼 탄생을 위한 시련이다.

 

 사랑했던 것을 잃었을 때는 언제나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것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는 것 뿐이지만, 그렇게 되면 항상 텅 빈 것 같은 느낌 속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건 더 나쁘지 않느냐고 말씀하셨다 …. 또 할아버지는 내가 나이가 들면 링거 생각이 날 것이고, 또 그렇게 생각을 떠올리는 걸 좋아하게 될 것이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하셨다.

 

 

 할머니는 그건 그 누구의 탓도 아니며, 심지어는 방울 뱀의 탓도 아니라고 하셨다. 또 이미 일어난 일을 놓고 잘잘못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

 

 할머니 말씀에 따르면 나는 1억명 중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만큼 좋은 운을 타고 태어났다고 한다. 나는 자연에서, 어머니 모노라에게서 태어났다. 그렇기에 자연 속의 모든 것을 형제자매로 가질 수 있었다. 할머니는 나무와 새와 시냇물, 게다가 비와 바람에게서까지 사랑을 아낌없이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좀체 없다고 하셨다. 그래서 나에게는 살아있는 동안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는 집과 형제들이 있는 셈이었다. 다른 애들은 부모가 죽고 나면 외로움을 느끼겠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이다 …. 할아버지는 나에게 그렇게 많은 것들을 갖고 태어난 나는 무척 특별한 존재로 할아버지보다 한 수 위라는 것과, 그것들을 할아버지 자신도 평생 갖고 싶어히던 것들이라고 하셨다.
 더 이상 여름을 붙잡고 있을 수 없으며, 죽음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알려주는 디엷은 서리였다. 가을은 죽어가는 것을을 위해 정리할 기회를 주는, 자연이 부여한 축복의 시간이다. 이렇게 정리해 나갈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했어야 했던 온갖 일들과 하지 않고 내버려둔 온갖 일들이 떠오른다. 가을은 회상의 시간이며 또한 후회의 계절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하지 못한 일들을 했기를 바라고, 하지 못한 말들을 말하길 바란다. 나 역시 와인씨에게 노란 코트를 받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달에 와인씨는 오시지 않았다.

 


 체로키 노인들은 죽기 직전에 "다음 번에는 좀 더 좋아질 것이다. 다시 만나자."라는 말을 남긴다. 두려움보단 다음 생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며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고 멋있었다. 책에 윌로 존이라는 노인이 한명 등장하는데 그는 그가 죽고 난 뒤에 좋아하는 나무 아래에 묻히길 원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몸이 썩어 2년은 그 나무를 위해 거름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에서 딱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욕심내지 않는 인디언의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요즘같은 과잉의 시대엔 더더욱 읽어봐야 할 책이다. 앞으로 우리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깨달을 수 있다.  

 근대문명과 추돌했을 때,  체로키들이 근대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느껴지는 통찰력에 무릎을 치게 된다.  순리대로 욕심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아름답고 인간다운 일인가. 인간들의 탐욕으로 다 망쳐버린 세싱엔 체로키 정신이 필요하다. 나무와, 바람과, 새와, 냇물과 소통하는 체로키들의 삶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이 아닐까.  딱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며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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