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가족이 에버랜드 정기권 365를 이용한 지 1년이 거의 가되 가는 시점입니다. 그래서 정기권 연장을 앞두고 고민이 많아졌어요. 저희 집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인 데다가 금액이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다 보니 심사숙고하게 되더라고요. 1년간 에버랜드에서 즐거웠던 추억 많이 남기긴 했지만 아무래도 연장을 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지난 1년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제 글을 보시면 더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성인2, 어린이 1, 베이비 1로 둘째가 36개월 되기 직전에 연간이용권을 가입했어요. 정기권 종류가 많은데 1년 내내 아무 날이나 이용할 수 있는 365를 선택했던 이유는 저희가 정기권 끊으러 갔던 날이 365 여야만 이용할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고민의 여지가 없었어요.
365 기준으로 어른은 인당 29, 아이는 23, 36개월 미만인 베이비는 9만원. 총 90만 원이었는데 당시 10% 할인 프로모션으로 80만 원대에 가입했던 것 같아요. 에버랜드 정문에서 캐리비안베이로 가는 길목에 있는 정기권은 정기권 가입하는 센터에서 가입했어요.
베이비권은 36개월 미만인 아이들이 끊을 수 있는 권종인데 보통 세돌 직전에 끊으시더라고요. 소인 정기권과 십만원 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꽤 메리트가 있지 않나 싶어요. 베이비권은 세돌 생일 전날까지 정기권 센터에 꼭 방문하셔야 해요. 등본 같은 증명 서류를 챙기셔서 현장 가입을 해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에버랜드 정기권센터 에서 확인 가능하니 확인해 보세요.
정기권을 끊고 좋았던 점
1. 오픈런해서 불꽃놀이까지 하루종일 무리해서 에버랜드에서 놀고 가겠다는 마음가짐이 사라짐
제가 남편 없이 아이들 데리고 평일에 에버랜드에 가게 되면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서 점심을 먹고 온 후에 가요. 오전에 최대한 누워서 힘을 비축하죠....... 그리고 정문 유료주차장에서 자리를 휙 둘러보다 있으면 살았다, 없으면 aㅏ.,.
주차 후 에버랜드에 입장해 가장 먼저 시크릿쥬쥬 비행기를 타요. 그리고 웅진 북클럽에 들려 색칠공부 좀 하고 오렌지주스를 두 잔 받습니다. 어린이 정기권 이용 회원은 미닛메이드를 한잔씩 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자동차 왕국에 가요. 자동차 왕국에서 서너 번 질릴 때까지 자동차 왕국을 탄 후 이솝빌리지로 갑니다. 그리고 플라잉 레스큐를 또 질릴 때까지 타다가 조금 위에 있는 매점에서 어묵꼬치를 먹여요. 어묵꼬치 먹고 공놀이도 원 없이 하다가 모래놀이터에서 놉니다. 모래놀이터와 공놀이가 6시, 6시 반 마감이라 거의 마감시간 20분 정도 전에 들어가서 놀다가 나오는 것 같아요. 다시 걸어 내려오며 썬더폴스 앞에서 물 발사하는 버튼 좀 눌러주면서 한참을 낙하하는 거 구경하고(아빠 있으면 구경 오래 못함ㅋㅋㅋㅋㅋ) 플래시팡팡까지 갑니다. 플래시팡팡, 피터팬, 코끼리 한번 타면 퍼레이드 할 시간이라고 방송이 나와요. 이 방송을 듣지 못하면 코끼리를 마지막으로 곤돌라를 타고 집으로 바로 갑니다. 하지만 들었다? 하면 어쩔 수 없이 퍼레이드까지 보고 옵니다.
보통 오픈런 하시는 분들은 입장과 동시에 스마트 줄서기로 사파리, 판다, 로스트밸리부터들 예약하시는데 정기권을 이용하니 어떤 날은 동물들 위주로 구경하다가 집에 오고, 어떤 날은 놀이기구 위주로 타다가 오고 슬렁슬렁 돌아다니는 맛이 있더라고요.
2. 근처에 볼일 있을때 산책 가는 느낌으로 오후에 방문
보통 오후에 방문하게 되면 4~5시 정도에 에버랜드에 도착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방문해도 놀이기구 5~6개 정도 충분히 타요. 저희 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파크 입장해 이솝빌리지로 내려갑니다. 이솝빌리지에서 레이싱 트레인, 공놀이, 레스큐 타고 비룡열차를 탑니다. 비룡열차는 주로 둘째가 좋아해서 둘째가 엄마아빠 중 한 명과 함께 타러 가면 첫째+나머지 부모 중 한 명은 퍼레이드 구경할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간식을 먹으며 쉬어요. 조금 쉬고 있으면 둘째가 열차 타고 신이 나서 합류하고 10분 정도 후에 퍼레이드가 시작됩니다. 퍼레이드 끝나고 화장실 들렸다가 불꽃놀이를 본 후 집에 가는 길에 피터팬 한 번 타고 정문까지 걸어가는 게 저희 가족의 루틴이에요.
에버랜드에 가기 전에 이미 볼일을 본 상태라 이날은 알차게 보람 있게 보낸 기분입니다. 아이들도 자기들이 좋아하는 곳에서 하루를 마무리하니 매우 즐거워합니다. 게다가 하루종일 파크에서 돌아다닌 게 아니라 가족 모두가 기분 좋을 정도의 피로도를 가지고 퇴장한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3. 아이들 체력이 좋아지고 인내심이 생김
저희 아이들이 정기권 끊기 전엔 폼포라 웨건이나 유모차가 필수였어요. 그런데 많이 걸어서 그런지 체력도 좋아져서 웨건과 유모차를 처분하고 이젠 걸어서만 다니는 경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들과 같은 나이인 아이들을 키우는 집은 애들이 다리 아프다고 칭얼거려서 아직도 쌍둥이 유모차가 필수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혹독한 날씨에도 원하는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렸던 경험도 참 좋았던 것 같아요. 의자 없이, 휴대폰 없이도 30분 넘는 시간을 거뜬하게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많이 컸구나, 대견하다 싶어요. 이렇게 기다렸다가 타는 놀이기구는 줄 서지 않고 탔을 때보다 더 재밌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아이들이 나중에 힘든 일을 해야 할 때가 오면 이때의 경험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힘을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4. 티켓 핫딜을 찾지 않아도 된다
정기권을 끊기 전엔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티켓을 사보려고 여기저기 찾아보며 비교했었어요. 저는 뭐든 소비를 할 때 다방면으로 알아보고 사는 성격이더라고요. 그래서 뭘 사는 것에 스트레스가 큰 편입니다. 얼마 차이 나지 않는데도 비교하다가 진을 다 빼요. 맘카페 핫딜방에서 주로 정보를 얻다 보니 핫딜과 가격차이가 꽤 난다는 걸 알게 돼서 비싸게 사면 손해 보는 느낌이더라고요. 그런데 정기권을 끊으니 과거처럼 가격을 비교하느라 진을 빼던 시간이 사라졌다는 것도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 시간이 세이브된 거니까요.
정기권을 끊고 아쉬웠던 점
1. 생각보다 자주 안 가게 된다
정기권 끊을 때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제가 산책 가듯 데리고 가야겠다고 결심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거리가 왕복 2시간 30분 정도 걸리다 보니 저 혼자서 가기엔 조금 큰 마음을 먹고 움직여야 하더라고요. 아직 아이들이 어려 챙길 짐이 많은 것도 한몫했고 돌아올 때 밤운전을 해야 하니 아직 초보운전인 저에겐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그래서 애들 아빠와 다 함께 가려고 하면 또 주말이나 쉬는 날에 가야 하는데 주말엔 사람이 너무 많긴 하더라고요. (근데 막상 아이들이 타는 놀이기구는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아 기구 타기엔 또 괜찮긴 해요)
여하튼 여름에 밤밤축제 하면 매주 가야지 했던 것도 폭염에 어딜 나가나 싶어 안갔고, 겨울엔 눈썰매타러 가야지 했던것도 추워 죽겠는데 어딜 가나 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에너지가 밖으로 뻗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가 봅니다. 여하튼 2024년 여름은 제 생의 가장 더운 여름이었기에 파크에 방문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2. 정기권 끊기 전보다 파크 내에서 돈을 많이 쓰게 된다
입장할 때마다 결제를 하지 않으니 점점 무료입장 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정기권 이용 전보다 파크에서 지갑을 더 쉽게 열게 되더라고요. 정기권 없는 지인들과 방문했을 땐 바리바리 간식이며 의자며 다 챙겨서 다녔었어요. 근데 얼마 전 저희 집 아저씨가 앉을 의자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휴대용 의자도 있으면서 얼마 전엔 푸바오 아코디언 의자도 두 개나 샀습니다. 네.. 알리에서 2000원이면 사는 그걸 19000원에 샀어요... 그리고 삼만 원이 넘는 우대갈비덮밥 같은걸 턱턱 사드시더라고요….. 그래놓고 솜 쌓이는 거 보면서 쾌감을 느끼는데 할많하않…. 굿즈 또한 아이들에서 선심 쓰듯 갈 때마다 사주고요…?
3. 다양한 곳에 놀러 다닐 기회가 줄어든다
갈데없으면 여기저기 놀만한 곳을 찾았었는데 이젠 '그냥 에버랜드나 가지 뭐'하고 에버랜드로 가게 됩니다. 호국원 다녀오는 길에 농업박물관을 봤었는데 에버랜드 가기로 한 것만 아니었다면 들렸을 거예요. 애들은 아무래도 박물관 보단 놀이공원을 좋아해서 목적지를 바꿀 수 없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내다 보니 아이들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정기권 끊기 전보다 줄어든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회원 연장을 고민하는 이유
1. 아이들이 이렇게 놀이동산을 좋아하는 것도 한때다.
주변 지인들 얘길 들어보니 이렇게 퍼레이드와 불꽃놀이에 열광할 시절도 한때,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 하는 것도 한때라고 하더라고요. 좀만 더 크면 가자고 하면 귀찮아한다고 어릴 때 정기권 끊어서 자주 데리고 다니란 얘기를 왕왕 들었어요. 게다가 에버랜드는 헬러윈 시즌, 장미시즌, 크리스마스 시즌을 비롯해서 산리오 테마 등 1년 내내 다양한 테마를 즐길 수 있어서 아이들이 갈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것 같아요.
2. 요 녀석들이 1년 사이에 키가 제법 자라 탈 수 있는 놀이기구의 범위가 넓어졌다.
베이비권으로 끊었던 둘째 키가 폭풍성장 하면서 탈 수 있는 놀이기구가 이전보다 많아졌어요. 100센티만 넘어도 탈 수 있는 게 다르더라고요.
3. 8번 정도 가면 정기권이 낫다
그때그때 입장권을 사서 계절별로 1번씩 다녀도 성수기 기준 4명이 다녀오는데 약 50만 원입니다. 하지만 재등록을 하면 성인 24만 원, 소인 18만 원으로 성인 2, 아이 2 하면 총 84만 원. 여기에 9월까지 재가입 회원 대상으로 솜을 3만 포인트(파크 내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어요)씩 준다고 하니 12만 솜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체감가는 72만 원이라 확 저렴해진 느낌이 들긴 합니다. 8번 이상 가면 본전인 건데 시댁이 에버랜드와 가까워 갈 때만 저녁에 가서 퍼레이드와 불꽃놀이만 보고 와도 쏠쏠하긴 합니다.
에버랜드 정기권 연장을 앞두고 고민이 많습니다. 특히 이번달 안에 재가입을 하면 솜을 추가 증정하는 이벤트가 있어서 더 고민입니다. 1년 더 다니면 더 야무지게 잘 다닐 수 있을 것 같고 그러네요. 과연 저희 가족은 연장을 하게 될까요? 연장하게 되면 후기 포스팅 또 해보겠습니다. 아무쪼록 정기권 가입을 희망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