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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 관찰일기 2025. 09. 10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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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사의 2학기가 시작된지도 보름이 지났다. 1학기가 지났지만 한달 쉬고 등교하는 입장이라 아이가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순탄하게 2학기를 적응해나가고 있다. 내가 순탄하다고 말하는 것은

1. 스스로 착석

2. 급식 먹기

3. 수업시간에 개인과제 해내기

정도로 아주 소박하다. 담임선생님께서 엘사를 많이 배려해 주셔서 2학년이 된 후 매달 짝이 바뀌어도 한 번도 자리 이동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아이가 조금은 교실을 편하게 받아들이는대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얼마전 수행평가로 패드를 사용해 24절기 중 하나를 조사하라는 수행평가가 수업시간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엘사가 아무것도 적어내지 못해 담임 선생님께서 백지로 처리해야 할지, 한번 더 기회를 줄지 고민이라는 연락을 주셨다. 그래서 집에서 연습해가서 한번 더 해보는 방향으로 해보기로 했다. 집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으로 절기를 조사해 적어보는 연습을 2번 해본 엘사는다행히 큰 무리 없이 수행평가를 해냈다. 

 

 2학기 들어 학교생활에 변한 것이 있다. 바로 위클래스에서 엘사가 매주 상담을 받게 된 것이다. 1학년 땐 위클래스에 다녀오면 학급친구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엄마인 내가 꺼렸다. 그치만 2학년 1학기 끝나 즈음 지금 담임선생님이 위클래스에서 상담 받아보는게 어떤지, 그룹활동과 짝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것을 선생님이 넘어가 주는 것을 어느 순간 친구들은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왜 쟤는 안해도 그냥 넘어가요?' 이런거 말이다ㅠㅠ 그리고 3학년이 되면 교과목도 확 늘어나기에 염려가 된다고 하셨다. 담임선생님의 피드백이 이러하니 2학년 1학기를 마치며 엄마인 나의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조마조마함이 얼마나 아이에게 강하게 전달되었으며 부담이 되었을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2학기부터는 학교 상담실의 도움을 받아보기로 결정했다.

 

 학교 상담실을 선택한 것은 참 잘한 일 같다. 엘사가 겪고 있는 문제는 주로 학급 내에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교과과정 도중에 한번 상담을 다녀오면  엘사처럼 긴장감이 높은 친구들에겐 환기가 된다고 한다. 또한 다음 교실에서 진행할 다음 활동을 미리 상담선생님과 연습하고 들어갈 수도 있는 이점도 있다. 게다가 담임선생님과 상담선생님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상황이니 엄청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기분이다. 엘사는 지금까지 총 2회 위클래스 상담을 진행했는데, 상담이 있는 날을 기다리는 눈치다. 다녀온 날엔 집에서 학습에도 적극적이고 모범적인 생활을 척척 해내서 역시 아이보단 내가 문제였나 싶을 정도다.

 

줄넘기도 7월 중순 쯤 시작해서 아직 다니고 있다. 8월에 줄넘기 학원에서 합숙을 했는데 엘사가 적극적으로 자고 오고 싶다고 보내달라고 일주일을 조르길래 보내주었는데 결국 잠잘 시간에 학원에서 아이가 잠자기 무서워한다는 연락을 받고 밤 11시가 넘어서 데릴러 갔던 적이 있었다. 그간 학원에서 쭈굴쭈굴 앉아서 다른 아이들 구경만 하던 모습을 상상하면 제법이었다. 학원에 사람이 많아서 부끄러워 줄넘기를 못하겠다고 지켜보는 내가 너무 답답했었다. 간헐적으로 선생님과 단둘이 하는 짝줄넘기는 몇번씩 하고 오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거 외에는 긴장되고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니 기본뛰기 실력도 형편없다. 그나마 본건 있어서 하나씩 넘었던 단계를 벗어나보려고 쾅쾅거리며 열심히 뛰고 있다. 물론 학원 가기 20분 전에 나와 함께 있을 때 뛴다. 갈수록 자세가 나아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한 6~7번은 연속으로 성공하는듯 하다.  어떤 점이 부끄러워서 못하겠냐고 물어보니 "내가 안하다가 하면 다른 친구들이 보고 칭찬하거나 그거에 대해 얘기할까봐."라고 얘기했다. 학년 초 급식을 한달 넘게 먹지 못했던 이유도 같았다. 뭔가 스무스하게 넘어가야 할 것에 한번 막히면 그 다음은 다른사람 눈치를 보며 시도를 아예 하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어제 감정코칭을 받았기 때문인지 성인군자가 된 나는 오늘 엘사에게 주문했다.

"줄넘기 시간에 앉아있지 말고 제자리에 서있기만 해도 오늘은 성공이야."

평소에 엘사가 "그럼 줄이라도 들어봐요?"라고 말하면 "아니 한번이라도 뛰어봐."라고 했던 나의 주문이 엘사에겐 버거운 주문이었나보다. 줄넘기 학원 가는 버스 안에서 "엄마 저 잘 할 수 있을까요?ㅠㅠ 긴장돼요."라는 문자를 보냈던 엘사는 오늘 한껏 들뜬 목소리로 집에 들어왔다. 

"엄마, 저 오늘 성공했어요! 저 서있었어요! 원래는 다 서있을때 혼자 앉아있었는데 오늘은 서있었어요. 그리고 깜짝 놀라지 마세요? 저 오늘 출석번호 누를때 선생님이 원래는 번호 4번이나 옆에서 불러주는데 오늘은 1번만에 눌렀어요. 그리고 심지어 저 선생님이 손잡아주셔서 달리기도 했어요."

나와 안나는 박수를 쳐주었다. 오늘의 성공으로 엘사는 잠들기 전까지 텐션이 저세상 텐션이었지만 그런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어떤 모습으로 내가 아이들 곁에서 지지를 해줘야 하는지 조금씩 알 것 같다. 그동안 아이는 나의 불안을 먹고 자라고 있었던 것 같아 미안했다. 지금이라도 깨달은게 어딘가! 이 꺠달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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