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 아빠가 큰 아이만 데리고 나가서 오랜만에 둘째와 단둘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요. 그래서 팝업텐트 들고 근처 공원에 가려고 했는데 아직 팝업텐트 허용기간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케이크를 먹으러 가려고 했던 아침이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알사탕 개봉했다는 소식이 떠올랐어요. 롯데시네마에서만 상영한다고 지인이 얼마전에 얘기했었거든요.
그래서 부랴부랴 근처 롯데시네마에 알사탕을 상영하는 곳이 있나 찾아봤더니 있더라고요. 바로 예매를 했는데 성인1, 청소년1명 합이 만원인거예요. 그래서 한 자리만 계산이 된건가 싶어 다시 예매를 시도했는데 확인해 보니 1만원이 맞더라고요. 왜지, 싶어 검색해보니 러닝타임이 짧아서 그런 것 같았어요. 오히려 컴컴한거 무서워 영화관은 시도도 못하다가 이번에 처음 가보게 된 6세 아이에겐 영화관 입문용으로 적절해 보였습니다.
아이가 알사탕 책 내용을 잘 알고 있더라고요. 워낙에 백희나 작가의 유명한 작품이다 보니 유치원에서 수업시간에 다뤄주셨나봐요. 저희 아이는 백희나 작가의 장수탕 선녀님을 달달 외우고 있요. 그래서 장수탕 선녀님과 같은 작가님이 만든 그림책이라고 했더니 영화에 기대를 하더라고요.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에 나오는 장면은 클레이나 종이 등으로 직접 만든 세트장을 촬영했다고 해요. 그래서 그런지 작가님 작품들은 톤이 한결같아 매력이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백희나 작가님의 스토리도 참 좋아해요. 평범한 일상인데 갑자기 환상적인 세계가 훅 치고 들어오며 이야기가 시작돼요.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 지는 지점이 재밌어요. 어린 시절 상상해봤을 법한 이야기라 더욱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롯데시네마 오랜만에 와봤어요. 키오스크에서 예매한 것을 발권할 수 있어요. 종이로 따로 출력되지 않고 카톡으로 안내가 오더라고요. 같은 키오스크에서 매점 간식도 주문할 수 있어요. 주문하고 결제하면 카톡으로 주문번호를 보내줍니다. 오 신기해라! 놀이터만 주구장창 다니다가 이런 신식 문물을 접하게 되면 버벅거리는 저의 모습이 가끔은 안타깝네요.
영화는 총 30분으로 잡혀있는데 실제 러닝타임은 20여분이라고 해요. 20분 안에 사람 울리기 있기냐구요ㅠㅠ 털달린 초록 사탕 먹었을 때 아빠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데 "ㅅㄹ... ㅅㄹㅎ.. 사라ㅎ... 사랑해" 이런식으로 설거지하는 아빠의 등 뒤에서 동동이에게 들려요. 잔소리쟁이 아빠에게 잔뜩 심술이 난 동동이가 아빠 등을 껴안아주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아이들은 중간중간 작가님 특유의 유머러스한 포인트에서 빵빵 터지면서 재밌게 보더라고요. 어떤 아이는 영화 중간에 "너무 재밌다~"라고 즐거운 목소리로 얘기하는데 저까지 기분이 참 좋아졌어요. 영화지만 자극적인 장면도 없고 부담없이 함께 할 수 있는 30분이라는 시간이 더없이 만족스러웠어요,
저희 아이는 동동이가 첫번째 사탕 먹고 쇼파랑 대화하던 장면이 제일 재밌었다고 하더라고요. 동동이에게 아빠보고 방귀 끼지 말라고 냄새난다고 전해달라고 한 것, 리모컨이 옆구리에 꼈는데 찾아달라고 해서 동동이가 찾아주려고 쇼파 옆구리에 손을 찔러넣자 간지럽다고 웃은 것이 너무 웃겼대요. 어차피 책 읽고 가시는 분들이 태반일테니 스포는 아니겠죠?
그림책을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해서 큰 기대가 없었어요. 아는 책이기도 했고 원래 영화나 드라마는 원작인 책을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해왔던 사람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알사탕 영화는 기대 이상이었어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런 영화가 많아지면 좋겠어요.